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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erForU

고양이 감자.. 지금쯤 싹이 났을까?

*고양이 감자...

파릇파릇하다...

어느정도 동감하는 부분이 있네. 사랑과 신뢰는 그 기준이 다들 애매하게 달라. 네가 생각하는 사랑과 신뢰의 정의와,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신뢰의 정의조차도 분명히 다르겠지.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냥 개인적인 견해를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느껴본 적이 없다니까 뭐라고 말할 순 없겠네.

야, 그으래서... 이거 답 하면 뭐 주냐?

주머니에 그다지 줄 건 없는데... 음, 너무 주절댔구나. 시간을 쓰게 해서 미안. 그냥 지나쳐줘.

그래, 한 몇 시간은 이 편지를 무시했어. 어때?

그래서 지금 뭐하고있을까 킬러님

너 훔쳐보기?

...그래도 답장은 썼네?

난 착하니까.

슬슬 할 일이 없을 시간일 것 같은데, 아냐?

*뒤돌아본다.
*당연하게도, 아무도 없다...
...너 뭐냐?

이거 꽤 어려운 질문이네. 일단은 양심 씨라고 할까?

이런, 내 양심은 이미 뒤지고도 남았는데.

후후후... 농담. 오래전에 죽긴 했지? 내가.

뭐어어... 여기에 안 죽어본 사람도 없긴 해.

언제 그렇게 죽였어? 우리 말 잘 듣는 해골에게 찬사라도 해줘야 하나? 짝짝짝.

내가 언제 누구 말을 들었다고 그래? 죽이는 건 ‘내‘가 좋아서 하는 거거든?

아... 정말 내가 잘 해내긴 했나 봐. 샌즈, 네가 스스로 그런 말을 하게 되다니.

이봐? 내가 보고 있는 편지조차도 그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니라면, 네가 쫑알쫑알 ‘누구‘ 흉내 내기 놀이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걜‘ 죽였단 걸 기억 못 하는 해골은 아니라서 말이야. 음, 뭐, 재밌냐?

이미 한 번 죽은 자는 다신 못 죽여. 알잖아? 죽음은 유일해.

죽음이 유일했다면 내가 여기 서있지도 않았겠지.

그렇게 자기기만을 하고 싶다면 마음껏 해도 좋아. 이것도 재미있거든. 자, 이제 나쁜 아이는 잘 시간이야.

그래, 네가 꾸준히 네 존재를 긍정하는 것도 재밌네. 나쁜 ‘아이‘가 자러 가는 거 맞지?

맞아. 안녕, 샌즈. 다른 새벽에 봐. 어느 새벽이면 내가 다시 돌아올 거야. 늘 그랬던 것처럼. 잊지 마.

그러던가. 늘 그랬던 것처럼 너는 보이진 않아도 내 머리 안을 휘적이겠지.

안녕 고양아

그래, 고양아.

자아, 편지가 사라지지 않았어. 그렇다면 환각도 환상도 아니겠지? 그럼 나는 누굴까, 이 존재는 뭘까? 추론은 네 특기잖아. 답은 이미 나왔지?

내가 이미 말했잖아. 너는 그냥 ‘누굴‘ 흉내 내는 꼬맹이일 뿐이라고. 흠, 내가 생각하는 ‘누구‘랑 네가 흉내 내고 있는 ‘누구‘랑 다른 인물이라면 유감이고.

어쩌면 필사적으로 흉내 내는 꼬맹이라고 믿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네 주도권은 여전히 네 것일 수 있을 테니까. 넌 그저 회피하고 있을 뿐이야. 두려워하던 순간이 이렇게 돌아왔다는 걸.

뭐어어... 네가 '진짜'라면 그것대로 놀랄 만한 소식이긴 한데, 내가 눈에 안 보이는 건 잘 안 믿어서. 네가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고 이런 '편지'라는 간접적인 수단으로만 대화하려는 게 꽤 수상해 보인다는 생각은 안 해봣냐? 꼬맹아, 나는 지금 널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너는 지금 내가 있는 이 장소에 뚜렷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

후후후... 그렇게까지 부정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그런다고 샌즈 네 불안이 사라지진 않을 걸 아니까. 과연 언제 내가 진정으로 돌아올까? 먼 훗날에? 다음 달에? 아니면... 당장 내일?
육신은 제약이 많아. 신체는 물리적인 수단이든 마법적인 수단이든 휘둘릴 구석이 많지. 나는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거야. 그 날이 올 때까지는.

그걸 잘 아는 양반이 나 하나 설득해 보겠다고 구태여 결함 덩어리로 오셨던 게 영광이네. 나한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냥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는 인물 중 하나였었지 않았나? ... 됐어, 원래 이런 거에 이유는 필요 없잖아. 그렇지? 그렇게 계속 지켜보고 싶으면 너 원하는 대로 해. 지금 당장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 알바냐?

이젠 네게 그럴 가치가 생겼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덕분에. 어쩌면 널 내 창조물이라고 불러도 되는 게 아닐까? ...하하! 네 표정이 보이는 것 같네. 농담이야. 웃어.

*...

예... 창조주님? 엄마라고도 불러드릴까요? 엄마? 그래도 만들어놓고 책임은 끝까지 져서 다행인가?

*이런 것고 책임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야...

난 아까부터 계속 웃고 있었는데요. 헤...

아하하, 괜찮네. 이러면 엄마에게 널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 거지? 오랜만이에요, 엄마. 여긴 제 아들이에요. 문을 사이에 두고 친구가 되었다면서요? 아빠에겐 아직 비밀로 해줘요. 아지에게도요! 네가 그 꽃에 갇힌 가엾은 아이를 삼촌이라 부르는 모습이 정말 기대 돼.

예... 안녕하세요? 아주머니이자 할머니, 이거, 그동안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언제까지, 삼촌...? 은 꽤 작구나. 안녕하세요? 삼촌. 이거 진짜 삼촌 맞나? 해야 해? 근데 지금 나 어딜 보고 인사해야 하는 거예요? 그만. 저긴가?

* 그곳엔 놀랍게도 눈사람이 있다.
* 아직 눈조각을 하나도 잃지 않은 눈사람이다.